You Wake Up At Sea Tac
Artist
라쎄 린드 (Lasse Lindh)
Release
03. 3. 9.
Format
Album
01 / Bruised
02 / Walk with Me
03 / C'mon Through
04 / The Heart is Old
05 / Computerwelt
06 / River
07 / The Stuff
08 / Damage Done
09 / Trigger Happy
10 / Best Laid Plans
11 / Rush - bonus track
12 / Teenage Skin - bonus track
13 / Stargirl - bonus tracks
14 / Death of a Woman - bonus track
15 / Here Comes the Nosebleed - bonus track
라쎄린드를 만나다
그야말로 머나먼 낯선 북유럽 스웨덴 출신인데다가 몽환적이며 차갑고 우울한 음악은 왠지 그의 성격을 대변 해줄 것 같았다. 사진에서는 항상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인 탓에 나이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노총각 대열로 접어들어 괜히 그의 신경질적이며
까탈스러운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렇게 필자는 바로 그, 라쎄린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관념은 정확히 그들이
공항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이 불과 1시간 만에 깨져 버렸다.
그와 함께 4~5일을 함께 다니며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단어는 바로 ‘cool’이였다. 'cool’이란 단어처럼 그는 정말 쿨하고 심성 좋은
스웨덴 사람이었다. 프로모션 기간 내내 어느 것 하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고(음식에서도 가리지 않고 한국음식을 즐겨 먹었으며 특히 된장찌개와
자장면을 좋아했다. 물론 산낙지는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항상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한국 팬 들에게 늘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예로 그는 공연이 끝난 뒤 일일이 그 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사진까지 찍는 등, 하룻동안 40여 곡이나 부른 공연의 피로를 잊고서
성실하게 팬들을 응대해 주었다.
그렇게 함께 다니면서 필자뿐만 아니라 회사 측에서 오히려 라쎄린드에게 많은 부분을 배우고 얻었다. 항상 외국에서 아티스트가 내한을 하면
소속 레이블 관계자 분들이 내내 따라다니면서 힘든 일정 속에 아티스트의 잦은 투정 등에 시달리곤 하는데, 라쎄린드 같은 경우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으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을 만큼 인간적이고 정말 따뜻한 사람이어서, 2006년 10월 중순 며칠간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라쎄 린드란 인물을 알고 봤더니,...
그 동안의 라쎄 린드와 관련한 음악 바이오들은 그가 언제 누구와 함께 음악작업을 했고, 몇 년도에 발표한 앨범들이 평단과 팬들의 호평을
함께 받았다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한 며칠간의 기억들을 더듬어보자면 그러한 공식적인 바이오그래피상의 얘기보단 상당히
흥미로운 일면을 많이 껴안고 있는 인물이란 걸 알 수 있다. 우선 라쎄 린드는 그의 음울하고 을씨년스런 이미지의 가사에서 풍기는 마이너적인
음악관과는 달리 상당히 유쾌하고 아기자기한 면이 많은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헬로 키티 캐릭터의 매니아이자(그는 한국 방문을 통해 국산
모 캐릭터 브랜드의 매니아로 새롭게 편입했다), 이제 막 등단한 TV 시나리오 극작가이기도 하고(공연 전날에도 그는 원고 마감에 정신이 없었다),
장시간의 라이브 연주 뒤에는 늘 데킬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즐겼으며, 운전 면허나 크레딧 카드 등의 일반적인 편리품을 거의 소지하지 않은
빈티지 라이프를 선호하고 있는 데다가(디지털적인 라이프 사이클의 일회성 자체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80년대 뉴웨이브
레전드 들인 디페치 모드(Depache Mode)와 큐어(The Cure)의 열혈팬인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가사와 멜로디들이 항상 침잠된
북유럽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그의 풍부한 씨네마틱한 감성과 시나리오적인 창작의 발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C'mon Through'의
시적인 가사를 다시 음미해 보라!!), 80년대 뉴웨이브 매니아를 좋아하는 점을 상기해 보면 그의 프로젝트 트라이베카(Tribeca)의 일렉트노닉스적인
진화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라 할 만 했다. 게다가 록뮤지션으로서 금요일밤의 열정의 참맛을 아는 젊은이었으며, 사랑의 정의에서부터
정치 이야기에 이르는 다양한 화제로 동행하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남다른 재주 또한 있었다. 앨범 "You wake up at sea tac"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라 늘 주변 사람들에게 심신의 노곤함을 'C'mon Through'같은 곡으로 달래보기를 권하고 있음을 볼 때, 새롭게 확인한 그의
제반 캐릭터들인 섬세하면서도, 영상의 메카니즘을 이해하며, 일이 끝난 후의 술맛의 짜릿함을 알고, 풋풋한 빈티지 사운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러한 감성의 바로미터가 바로 이렇게 재발매된 그의 첫 영어데뷔작 "You wake up at sea tac"이 아닌가 싶다.
"You wake up at sea tac" 그의 걸작을 만나다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자 첫 영어 앨범인 "You wake up at sea tac"은 이미 스웨덴 평단에서 ‘The best Swedish album so far’이란 찬사를 받으며
스웨덴에선 명반에 속하는 앨범이다. 이 앨범을 계기로 라쎄린드 라는 이름은 미국 음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ABBA나 Cardigans의 뒤를 이어
스웨덴 출신 아티스트의 성공적인 길을 걸어가게 됐다.
이렇게 이미 검증된 이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슬픔’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구슬픈 멜로디와 몽환적인 사운드는 한 남자가 안고 있는
이별의 아픔과 상처를 들려주며 그가 써 내려간 가사 하나 하나는 슬픈 멜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물샘을 자극한다.
상처에 관한 아픔을 담아낸 'Bruised'으로 시작해 ‘Coldplay’나 ‘Suede’를 연상시키는 모던락 'Walk with me', 드럼 편곡이 인상적인 'Computerwelt',
그의 대표작이 되어 버린 'C’mon through'와 더불어 단순한 연주와 라쎄린드식 보컬이 돋보이는 'River'까지 앨범 초반부터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You wake up at sea tac' 앨범이 스웨덴에서 발매했을 당시 그 해 가장 훌륭한 곡이라 칭송 받았던 'The stuff'는 가사부터 시작해서
멜로디까지 강한 중독성을 지닌 곡으로 'C’mon through'라는 곡 때문에 미처 다른 곡을 주의 깊게 듣지 못했던 한국 팬들에게 또 다른
매력적인 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외에도 예외없이 보너스 트랙 5곡을 포함, 놓칠 수 없는 감성적인 곡들로 꽉 차있으니 이 계절 라쎄린드가 들려주는 애절한 음악과 함께 보내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