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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시간을 걷는 방법에 대하여
[총천연색의 꿈]

나는 우리가 사랑했다고 믿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따뜻하고 고요해서, 마치 행복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다. 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은 따뜻한 흔적으로 남아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쉬고 있다.

네가 떠난 후로, 나는 반복해서 꿈을 꾼다. 그 꿈은 현실과 너무 닮아서 깨어난 후에도 한동안 진짜라고 믿게 만드는 종류의 꿈이다. 그 꿈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함께 있다. 어느 오후, 남향의 창에 햇살이 비추고 너는 나에게 웃어 보인다. 이윽고 그 웃음이 문득 흐려지며 네 입술이 작게 움직인다.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아마도 "고마워"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매번 그 말을 듣지 못한다. 그 순간 꿈에서 깨어버리니까.

나는 이 꿈이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것이 내가 너를 그리워해서 나타나는 건지, 아니면 네가 나에게 전하고 싶은 미안함인지. 혹은 내가 스스로에게 가지는 미안함과 다르지 않은지. 어쩌면 그것은 과거의 나, 관계가 뭔지도 모른 채 헤매던 나에게 남겨진 하나의 질문일지도 모른다.

네가 떠난 후의 나는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나는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옳은 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것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언젠가는 그 꿈속에서 네 마지막 인사를 온전히 듣게 될지도 모르지. 그때가 되면 비로소, 나는 삶의 다음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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